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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비행
지렁이의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까만 암흑 속에서 흐느적거리다 어느 비 온 습한 날,
세상에 나와 처음 본
하루살이는 지렁이의 단 하나의 우상이었으리라
나뭇잎 떨어진 습한 사각의 콘크리트 블록 건너
은행나무 그늘 속에 지렁이의 꿈을 접고 또 다시
흙 속 작은 집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죽음보다도 싫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나뒹굴고 나뭇가지 떨어지더니
하늘 위에서 신의 사자가 내려와
그를 물고 하늘로 올라갔다 - 그까짓 허리가 잘리는 아픔은
참아야 한다, 위에서 본 아래는
"아름답구나!" -
지렁이는 벅차 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흘렸다 흐느껴 울었다
큰 길 교차로 지나 오래된 주택가의 처마 밑엔
썩은 나뭇가지로 얽은 작은 집 속에
제비는 지 새끼에게 물어온 모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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