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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전자담배의 교훈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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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해로운 물질이 문제다” 대 “중독 자체가 문제다.”

쥴은 니코틴(정확히는 솔트니코틴)을 기화시키는 기기이므로, 궐련형 담배를 태웠을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들을 사용자가 흡입하지 않는다. 쥴을 개발했던 제임스와 애덤의 목표도 여기에 있었다. 해로운 물질들 없이, 흡연 행위의 좋은 점만 취하자. 흡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 물질뿐이라면, 쥴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전자담배 관련한 호흡기 질환은 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임의로 쥴에 넣은 대마초 성분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나 경화제로 사용한 비타민 이(Vitamin E)가 폐에 쌓여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니코틴 자체의 중독성 또한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가져오는 심리적 영향을 걱정한다. 쥴은 기존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기기가 되기 위하여, 니코틴 흡수량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다시 말해 쥴은 기존 담배만큼(또는 냄새 등 부정적인 영향이 없어졌으므로 기존 담배보다 더) 중독적이다.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것이 없을 때의 심리적 불안감이나 정서적 하강 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더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주변에 불쾌감을 야기하지 않으며 기존 담배처럼 기침 등으로 인해 사용을 제한하지 않아도 되는 쥴은 중독의 쉬운 길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해로운 물질을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둘째 “이미 흡연하고 있는 성인을 도울 수 있다” 대 “청소년에게 감염병처럼 퍼졌다.”

쥴은 목적상 이미 흡연하고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대체물을 제공하고자 했고, 이 목적을 위해 기존 담배에서 유해 물질을 제거하려 했다. 그 결과 담배에서 쥴로 갈아타고, 이를 ‘금연’의 성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빅 베이프’에도 여럿 등장한다. 이것이 폐암 및 흡연과 관련된 질병 발생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쥴은 흡연을 줄이는 효과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쥴이 일시적으로 거두었던 엄청난 성공은 십 대들에게 문화 현상으로 다가갔던 데 기인한다. 이것은 그동안 계속 감소해 오던 십 대 흡연율의 흐름을 뒤집는 결과를 낳았다. 소셜 미디어에서 쥴을 사용하는 사진과 영상이 멋진 것으로 여겨지면서, 미국의 십 대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쥴이 십 대들에게 퍼져나가면서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를 맞지 않았더라면 기업은 이전에 도산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적어도 다큐멘터리는 그런 식으로 그리고 있다). 쥴이 아무리 유해 물질 함량이 적다 해도, 십 대의 사용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쥴 또한 전자 ‘담배’이고, 그 사용은 흡연이니 말이다. 회사도 십 대의 사용을 막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긴 했다. 하지만 금연 교육은 오히려 쥴을 홍보하는 식으로 진행되면서 역효과를 낳았고, 구매 인증 시스템은 불완전하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흡연자의 건강을 위해 십 대가 중독되는 것은 괜찮은가. 물론 쥴의 확산은 일부 흡연자의 폐암 등으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가 다음 세대의 중독이라면, 이를 받아들여도 될까.

셋째 “이미 나타난 부정적인 결과들만으로도 금지에 충분하다” 대 “그것을 잘못 사용한 사람들이 문제일 뿐이지, 쥴 자체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쥴이 갑작스레 비난을 받게 된 것은 2019년 쥴 사용자 중 일부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면서 응급실에 실려 갔고,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증거에 의하면 이것은 쥴 기기나 니코틴의 문제는 아니고, 비인가 액상을 사용하다가 벌어진 일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간단히는 이런 기기를 원래 용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 이들이 잘못이지, 쥴 자체는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쥴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방식의 사용은 가능하지 않았다. 이때 쥴이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는 쥴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