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life

기후 4대 지표 최악 ‘미친 영역’ 들어선 역대급 위기

728x90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 세계 기온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해수 온도는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남극 대륙의 빙하 규모는 역대 최저로 줄어들었다.

미국 CNN은 19일(현지 시각) “기온과 수온, 남극 해빙, 이산화탄소 등 기후 지표가 역대 최악을 기록 중”이라며 “올해는 역대 가장 더운 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기록하며 평년보다 6도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올해 역대급 기온 기록을 세우며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태국과 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4월 기온이 45도를 웃돌았다. 사람이 느끼는 온도인 체감온도는 50도를 훌쩍 넘기며 100명 이상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은 46도, 브라운스빌과 코퍼스크리스티는 49도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평년 동일한 기간과 비교해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6월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정도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평균 1.5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면 전 세계에 폭염과 폭풍,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4%가 극한의 폭염을 겪으며 약 3억 5000만 명이 가뭄과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2040년 즈음에는 기온 상승 정도가 산업화 전 대비 1.5도를 넘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런데 최근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이전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오를 확률이 약 66%나 된다고 예상했다. 당초 학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현재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이다. 엘니뇨 현상과 온실가스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탓이다. 올해는 이때보다도 엘니뇨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그만큼 심각한 기후 재난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필 리드 호주 기상청 연구원은 “현재 상황은 지금까지 나타난 엘니뇨 현상 중 가장 이상하다”며 “모든 곳이 이렇게 뜨거울 때는 엘니뇨를 정의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엘니뇨가 공식 선언되기 전부터 열대지방과 해양은 이미 빠르게 더워지고 있었다”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NOAA과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ppm으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해당 연구소 전문가들은 이달 초 성명을 통해 “화석 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 수 백만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50% 이상 높다.

릭 스핀라드 미국 해양대기청(NOAA) 청장은 “매년 꾸준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며 결국 우리 주변에서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폭풍 등 기후 재난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수 온도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구 해수면 온도는 지난 3월부터 이례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이다.

NOAA에 따르면 5월은 세계 해양 기록 상 가장 더웠다.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해수면 평균 온도는 지난 3월 13일 20.96도였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2016년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 4월 2일에는 21.05도로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고, 이달 14일 기준 20.87도로 기록됐다. 2016년 같은 날(20.64도)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남극 대륙의 해빙 규모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남극 해빙의 범위는 179만㎢로,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2월 25일에 기록했던 최저치보다도 13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남극 대륙이 다시 겨울로 접어들면서 해빙이 다시 늘었지만, 여전히 기록적으로 줄어든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테그 스캠보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남극빙하데이터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해빙이 줄어드는 현상은 정말로 예외적으로 놀라운 일”이라며 “2023년은 ‘미친 영역(crazy territory)’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극 시스템이 열과 얼음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며 “2016년에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일어났는데, 지금은 더 많은 열이 극지방의 해수층에 더해지면서 해빙이 커지지 않도록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