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페인트나 접착제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흡착제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 개발된 흡착제는 흔한 소재로 만들어져 상용화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오영탁 지속가능환경연구단 책임연구원과 이지원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양극성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효율적으로 흡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페인트와 접착제, 가구, 화장품, 탈취제 등 일상용품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유해가스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과 두통, 피부염,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유기화합물을 제거하기 위해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는데, 대부분 활성탄 흡착 방식을 이용한다.
문제는 현재 사용되는 활성탄이 비극성 탄소표면으로 만들어져 톨루엔과 벤젠 같은 비극성 물질은 정화하지만, 케톤류나 알데하이드류 등 양극성 물질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극성은 화합물 분자 간의 인력이 적어 쉽게 흡착된다. 하지만 양극성 유기화합물은 탄소 사슬로 구성된 몸체에 산소 원자가 강력하게 붙어 기존 활성탄에 흡착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흑연과 철의 표면 산화 정도를 정밀하게 제어해 ‘산화 그래핀-철 산화물’ 융합구조를 만들었다. 흡착제 표면에 산소 작용기와 철 산화물이 증가해 산소 원자가 붙어있는 양극성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효과적으로 반응했다. 새로 개발한 흡착제는 기존 활성탄 흡착제보다 양극성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최대 15배 많이 제거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활성탄 흡착제로 제거가 어려운 케톤류 물질 4종에 대해 실험한 결과, 탄소 사슬의 길이가 짧아 유기화합물 크기가 작을수록 기존 흡착제에 붙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이 흡착제에 산소 작용기와 철 산화물 함유량을 증가시키자 케톤이 효과적으로 흡착됐다. 또 흡착제에 철 산화물을 첨가했을 때 휘발성 유기화합물 분자와 특정 이동 현상이 나타나 흡착 성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지원 선임연구원은 “흡착제의 흡착성능과 재생효율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와 달리 흑연과 철처럼 구하기 쉬운 재료로 기존 흡착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며 “상용화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IST 대기환경복합대응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성과는 화학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다음 달 1일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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