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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ce

휘어진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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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디스플레이로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한 삼성 '갤럭시 라운드'가 공개되면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대가 주목받고 있다. 그간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해상도와 화질 위주로 움직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디스플레이 자체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요구되는 이유는 접거나 구부리는 등 새로운 모양의 기기를 만들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두께나 제조 비용, 강도까지 디스플레이 스스로도 진화가 필요했다.

팔랑거리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

우리가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라스베가스 소비자 가전쇼(CES)였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얇은 플라스틱 필름 안에서 펄럭거리며 동영상을 재생하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프로토타입이었지만 ‘당장 제품에 쓸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잘 작동했고 결과물도 놀라웠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나 삼성전자는 갤럭시 라운드라는 이름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발표했고, 실제 판매를 시작했다. 제품을 만들고 개발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화면부터 디자인까지 많은 고생을 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용자들은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CES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내가 직접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라면, 스마트폰 자체도 손으로 휘어보고 싶은 욕구가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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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유리 못 버리는 까닭

삼성이 갤럭시 라운드에 플라스틱을 당장 쓰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게 갤럭시 라운드에 가장 의문점이기도 했는데, 답은 의외로 싱겁다. 아직 고릴라글래스 같은 강화유리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미래기술연구원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 세미나에서 SKC-HAAS의 김승수 부장은 "아직 현실적으로 유리를 덥석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마땅치 않아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일단은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써야 깨지지 않고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유리만큼의 차폐성이 없다. 플라스틱은 공기와 습기가 통과된다.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가 눅눅해지는 이유도 폴리머 같은 재질들이 어느 정도 숨을 쉬기 때문이다.

이를 유리 수준으로 차단하면서도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필름 안에 무기물을 씌워 코팅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나올 기기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함께 플라스틱 커버가 들어가면서, 잘 깨지지 않으면서 성형이 자유로운 단계로 바뀐다. 하지만 아직 경도가 유리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도 맞추기는 쉽지 않지만, 플라스틱도 제조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더 싸게 만들 수 있고 OLED 소자 등을 얹어서 구워내야 하는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유리보다 열에 더 강한 특성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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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접는 단계의 디스플레이로 진화할 때는 플라스틱으로도 만만치 않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구재본 박사는 “특히 접히는 부분에는 아주 강한 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재료가 고려되는데, 실리콘을 얇게 만들면 충분히 늘어나기 때문에 접는 디스플레이의 소재로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디스플레이가 종이 수준으로 아주 저렴해져서 여러 곳에 쉽게 쓰이는 것이 궁극적인 디스플레이 시장의 숙제다.

화면 외에 다른 부품은 못 구부리나

사실 디스플레이는 상당부분 연구가 진행됐다. 실제 기기가 어느 정도 휘어질 만큼 탄력을 가지려면 디스플레이외에 다른 부품들도 유연해져야 한다. 기판도 마찬가지다. 유연한 소자는 업계의 오랜 고민이었다.

휘는 기판은 단순히 스마트폰 정도가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위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재료연구소의 이혜문 박사는 세미나에서 “종이나 천, 실을 직접 기판으로 활용하는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옷감은 물론이고 종이에도 알루미늄 나노 구조체를 씌우는 것으로 전류를 통하게 할 수 있다. 여전히 프로세서 같은 칩과 배터리는 구부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관련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왜 OLED만 나올까, LCD는 안되나

삼성은 그렇다 쳐도 LG디스플레이 역시 휘는 디스플레이에는 주력 상품인 IPS 대신 OLED를 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TFT LCD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일까.

TFT LCD는 고정된 상태에서는 화질이나 밝기 등이 좋지만 패널 안에 화면, 기판, 백라이트가 함께 뭉쳐져야 한다. 반면 OLED는 필름 위에 소자만 올리면 자체적으로 색과 빛을 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콘트롤러만 옆으로 빼고 플라스틱 등으로 완전히 밀폐하면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오히려 공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OLED가 주력이 되는 것이다.

일부 LCD를 이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DID같은 고정 장치에 활용되는 것 정도일 뿐이고 모바일 기기에는 OLED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