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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 생겨도 스스로 고치는 렌즈 나온다… “자율차 교통사고 예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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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용 센서 렌즈에 긁힘과 같은 자국이 날 경우 이를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자가치유 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진철·박영일 책임연구원과 정지은 선임연구원은 20일 자율주행차의 센서에 생기는 긁힘 자국이 스스로 치유되는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용 센서에 들어가는 렌즈는 도로 형태, 주변 자동차까지 거리, 장애물과 같은 교통 상황을 인공지능(AI)가 인식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한다. 렌즈에 긁힌 자국이 생기면 렌즈가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왜곡돼 실제 교통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신호 왜곡은 자율주행차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화학연·경북대 공동연구팀은 돋보기와 같은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햇빛을 모으면 센서 표면에 생기는 긁힌 자국을 60초 이내에 제거할 수 있는 투명한 렌즈 소재를 개발했다. 자가치유가 잘 이뤄지려면 소재가 유연해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쓰던 렌즈나 렌즈 보호용 코팅 소재는 유연함이 떨어지고 단단해 자가치유 기능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렌즈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티오우레탄 구조 내에 투명한 광열염료(빛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바꿔주는 염료)를 섞은 후 햇빛을 비추어 ‘동적 화학결합’ 상태를 구현했다. 동적 화학결합 상태에서는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햇빛을 흡수해 빛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바꾸면서 표면 온도를 스스로 끌어올린다. 이렇게 되면 그물망처럼 얽혀있던 물질 속 분자들이 해체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며 흠집을 자가치유한다. 서로 다른 흠집들이 교차하며 발생한 경우에도 100% 자가치유되며 흠집이 났던 자리에 또 흠집을 만들어도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이렇게 물리적 손상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센서 오작동을 방지하는 기술은 세계 최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값싼 고굴절 고분자 소재와 광열 염료를 이용해 자가치유가 가능한 렌즈 소재를 합성하는 플랫폼 기술에 해당한”이라며 “자율주행 자동차 센서 뿐만 아니라 안경이나 카메라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경북대의 김학린 전자공학부 교수와 정인우 응용화학공학부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앤드인터페이스’에 지난 2월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