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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소녀, 조류인플루엔자로 사망…”세계적 감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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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어린 소녀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사망했다. 소녀의 아버지도 같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바이러스가 조류를 넘어 인간 사이에 전염되는 형태가 된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그런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만일에 대비해 세계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캄보디아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11세 소녀가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수도 프놈펜 남쪽 프레이벵 지방에 살던 소녀는 지난 16일 기침과 인후통, 섭씨 39도의 고열 증세를 보여 지역 병원을 거쳐 프놈펜의 국립어린이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망했다.

캄보디아 보건부는 2014년 이래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첫 사망자라고 밝혔다. 소녀와 가까이 지낸 12명도 검사를 받았는데 그 중 아버지만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캄보디아 정부는 밝혔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 단백질 종류로 분류한다. 헤마글루티닌은 숙주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가 되며, 뉴라미니디아제는 증식 후 숙주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한다. 닭이나 오리, 철새에 조류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고병원성 H5N1 HA 5형, NA 1형이라는 뜻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따르면 2021년 10월 이후 전 세계에서 조류 1500만 마리가 고병원성 H5N1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죽었다. 1억9300만마리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살처분됐다. 사람이 이번에 유행한 H5N1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사망한 것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38세 여성에 이어 두 번째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의 기도 위쪽에 달라붙는다.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수용체 단백질은 포유류에 거의 없다. H5N1 조류인플루엔자가 포유류 사이에 퍼지지 않았던 이유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포유류도 개별적으로 감염된 조류와 접촉하면 바이러스가 옮아올 수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소녀의 가족이 집에서 키우는 닭이나 오리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족은 닭 22마리와 오리 3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보건부 관리들은 소녀가 살던 마을 근처에서 조류 사체 여러 구도 수거했다. 보건부는 지역 주민들에게 죽거나 병든 새를 만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 퍼지지 시작하면 과거 코로나19와 달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전 세계에 독감 백신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이 바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맞는 형태로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주 백신 제조사들에게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후보에 대한 사전 작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미리 H5N1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둘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일반 독감 백신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WHO 책임자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백신을 바꿀 때 위험과 혜택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제도 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만든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는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람을 치료할 뿐 아니라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용도로로 쓰인다. 바이러스가 이 약에 내성을 가지도록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독성이 떨어져 전염력도 약해진다. WHO는 타미플루 제조사들과 유사시 대량 생산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