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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합법화, 약 배송 난관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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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 합법화 작업이 비대면 진료 이후 약 처방·배송 방안 등의 난관을 앞두고 있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진료는 현재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아직 관련 법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의사, 약사, 비대면 중개 업계 등과 협의해 제도 윤곽을 그려낼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는 시점 직후 혹은 오는 6월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도입을 막는 문제 중 하나는 비대면 진료 이후 약 처방과 배송을 어떻게 하느냐다. 비대면으로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처방한다. 비대면을 원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약 수령까지 비대면으로 이뤄져야 비대면 진료라고 판단한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부분의 비대면 플랫폼에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기능이 함께 들어가 있다.

약 배송 방식에 대해 아직까지 의사 측과 약사 측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관련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있는 의료정책연구소(연구소)는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연구했다. 그 내용 중에는 약 배달 방식도 포함돼있다.

연구소는 연구를 통해 비대면 진료 시 처방전 전송 약국을 ‘진료받은 의료기관 인근 약국’으로 제안했다. 의료기관 인근 약국은 흔히 ‘문전약국’이라고 부른다. 의료기관과 같은 건물에 있거나 대형 병원 입구 앞에 있는 약국들이다.

약국은 현행법상 어떠한 호객행위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이유로 약국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경쟁력은 다름 아닌 ‘입지’다. 환자들은 병원 가서 진료받고 약을 타갈 때 병원서 가장 가까운 약국으로 찾아간다.

연구소가 비대면 진료 시 처방전 전송 약국을 문전약국으로 제안한 이유는 문전약국이 의료기관에서 처방하는 약을 전부 재고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같은 성분의 약이라 하더라도 제품명을 명시해 약을 처방한다. 이를테면 아세트아미노펜(해열제 성분약) 계열 약이라 하더라도 의료기관마다 다른 제약사의 약을 처방한다.

다만 문전약국에만 처방전을 전송하는 경우 환자가 부담하 약 배송비가 늘어날 수 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환자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받는 경우 서울 소재 약국에서 제주도까지 약을 배송해야 한다.

대한약사회 또한 약 배송 방식에 대한 공식 입장이 아직 없다. 다만 약사 측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는 DUR(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을 활용, 공적인 영역에서 처방전 전송을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의 이권에 따라 사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해석이다. 이는 의사가 제품명이 아닌, 약물 성분명으로 처방하고 약사가 동일성분의 의약품으로 조제하는 방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방식은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 업계 역시 약 배송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현실적으로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을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게 할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만약 플랫폼에 참여하는 의료기관과 약국만 비대면 진료와 처방전 전송이 가능한 경우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특정 의료기관과 약국에 환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환자 유인행위로 해석돼 현행법 위반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을 청취하고 있긴 하지만 뚜렷하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일단 국회에 계류돼있는 관련법 처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태도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있는 관련 법안은 총 3개 법안으로, 모두 의료법 개정안이다. 각 법안은 비대면 진료의 목적, 주체, 대상 질환, 진료 범위, 조건, 책임 소재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약 배송 관련 내용은 규정하지 않았다. 국회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도 약 배송 문제로 인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후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내용은 각계의 의견을 모아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 측은 “오는 6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실시는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