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세계에서만 보던 양자 현상… 눈으로도 본다

국내 연구진이 물질을 이루는 최소 입자인 원자나 전자처럼 미시세계에서만 확인할 수 있던 양자 현상을 거시세계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혁규 기초과학연구원( IBS )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연구위원과 츠비 틀러스티 울산과학기술원( UNIST ) 교수 연구팀은 27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에서 양자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물리학은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후 눈에 보이는 물체를 다룬 고전물리학과 원자·전자처럼 최소 기본입자를 다루는 양자물리학으로 구분된다. 양자물리학 중 ‘준입자( Quasiparticle ) 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 고체나 액체 구성 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입자들이 뭉쳐지는 독특한 현상을 말한다. 상호작용으로 서로 뭉쳐진 수백만 개의 입자들을 몇 개의 준입자로 쉽게 물리 현상을 볼 수 있는 양자물리학 개념이다. 준입자 현상은 지금까지 양자물리학에서만 관측되거나 이용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준입자 현상으로는 전자 2개가 쌍을 이루는 ‘쿠퍼쌍’과 전자와 정공(고체 내 전자의 운동)이 결합한 ‘엑시톤’, 음향양자인 ‘포논’이 있다. 과학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세계에서는 전자와 같은 구성 입자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준입자 현상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겼다. 연구팀은 눈에 보이는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듯한 현상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은 2개의 얇은 판 사이로 액체를 흘려 만든 미세유체 채널에서 진행됐다. 미세유체 채널에는 콜로이드 입자가 투입됐는데, 콜로이드는 물속에 지방이 있는 우유처럼 불용성 물질이 다른 물질이나 용액에 분산된 혼합물을 말한다. 실험 결과, 얇은 미세유체 채널의 두께와 비슷한 콜로이드 입자들은 액체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자가 가까이 위치한 입자에 영향을 미쳐 짝을 지었다. 연구팀은 유체역학적 힘으로 입자들이 상호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가까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일으키는 액체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박혁규 연구위원은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으로 두 입자 간의 힘이 작용·반작용의 법칙인 뉴턴 제3법칙을 깼다”며 “두 입자가 받는 유체역학적 힘의 크기와 방향이 같아 쌍을 지어 한 입자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