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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세포만 골라 제거 노인성 질환 치료 새 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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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피부와 장기를 비롯해 각종 세포(Cell)의 노화를 피할 수 없다. 만약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각종 노인성 질환을 예방함과 동시에 치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는 물론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무한히 증식할 수 없다. 양용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2020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세포는 정해진 횟수의 세포분열 후에는 증식 능력이 떨어져서 비가역적인 증식 정지기로 진입한다. 이것이 바로 세포노화(senescence)다. 노화세포는 외부자극을 주어도 세포주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 조직재생이 중단된 것이다. 이런 노화세포가 지속되면서 신체기관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 생물학적 노화다. 아무리 건강에 신경을 쓰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생물학적 노화까지는 막을 수 없다.

 

정상적인 신체 기관에서는 손상된 세포를 줄기세포로부터 증식 분화한 새로운 세포로 대체하게 된다. 노화세포는 이러한 세포 손상에 대처하는 능력이 낮아 정상적인 생리 기능이 불가능해진다. 노화세포가 쌓일수록 신체 노화가 일어나는 이유다. 결국에는 노인성 질환 발병가능성이 커진다.

세포노화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외부 자극과 ‘현대인의 적’ 스트레스가 꼽힌다. 세포 손상이 누적되면 세포 노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세포 노화를 방지하거나 예방하려면 세포의 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을 차단해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차적인 원인으로는 유전체의 불안정성, 텔로미어(염색체 말단의 보호 구조) 감소, 후성유전학적 변화, 단백질 균형의 상실 등이 꼽힌다. 이러한 원인이 세포를 자극하고 영양소 감수성이 감소하고, 미토콘드리아(진핵생물에서 산소 호흡의 과정이 진행되는 세포 속에 있는 중요한 세포소기관)의 기능장애가 유발되면 세포가 노화한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연령 증가에 따라 조직 손상(injury) 후 노화세포가 급격히 증가한다. 노화세포는 염증을 유발하고 조직 재생을 억제한다. 축적된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노화 연관 분비 표현형(Senescence Associated Secretory Phenotype·SASP)을 통해 염증(inflammation)과 조직 섬유화(fibrosis)가 유도돼 건강한 주변 세포 기능이 저해된다. 대표적인 예가 골격근의 건강한 근육세포가 섬유조직으로 대체돼 근감소증(srcopenia)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세포 노화도 몇 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노화세포가 된다. 세포 손상에 의해서 노화과정이 시작되면 p53, p16, p21 등과 같은 단백질 조절에 의해서 세포주기가 정지된다. 이후 초기단계에는 염색질의 리모델링이 일어나고 세포 모양이 납작해지고 커지며, 미토콘드리아 대사 증가, 자가포식작용(autophagy) 등의 증가, SASP, senescence-associated β-galactosidase(SA β-gal) 발현 등 노화 프로그램이 일어나게 된다.

인간이 노화함에 따라 정상세포는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포는 암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화세포로 변한다. 세포의 섭리다. 하지만 노화세포의 축적은 각종 염증을 유발하고 주변 세포를 암세포로 만들 수도 있다. 노인성 질환의 원인도 된다. 따라서 노화세포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노화세포도 건강한 세포와 함께 존재한다. 때문에 노화세포만을 제거하는 것은 지금껏 어려웠다. 여러 연구 기관에서 세포노화의 특성과 해결 방법을 연구해왔지만 쉽게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노화세포만을 골라서 없애는 것을 세놀리틱(Senolytic) 치료법이라고 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해법인 셈이다. 문제는 효과적인 세놀리틱 물질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노화세포 제거로 암·노인성 질환 예방= 유자형 UNIST 화학과 교수팀과 정해원 건국대학교 교수팀이 개발한 노화세포 선택적 제거 기술은 그런 면에서 진일보한 사례로 꼽힌다. 유 교수팀과 정 교수팀은 노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안의 인공단백질을 형성해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노화세포 막에 과발현된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표적할 수 있다. 정상세포보다 높게 발현된 활성산소를 매개로 인공단백질 구조체 또한 형성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정상세포에 대한 부정적 영향 없이 노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은 노인성 질환을 치료를 위해 노화세포를 표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탄소를 기반으로 한 ‘유기분자’는 이황화 결합을 할 수 있는 부분과 노화세포를 표적할 수 있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황화 결합은 황 분자끼리 산화과정을 거쳐 결합되는 형태인데 활성산소와 같은 물질로 산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활성산소는 산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노화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는 이런 활성산소가 과발현된다. 과발현된 활성산소는 이황화 결합을 촉진하게 되고 분자끼리 결합하는 소중합체(올리고머)를 형성한다.

연구팀은 올리고머의 자기조립을 통해 나선형 구조를 띠는 ‘알파 헬릭스’가 표면에 생기는 인공단백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구조체는 미토콘드리아 막에 강하게 결합해 막을 파괴하며 세포의 자가사멸을 유도하게 된다.

연구팀은 노화세포를 유도해 노인성 건성황반변성을 가진 쥐 모델에 개발된 기술을 적용했다. 노화세포를 효율적으로 제거해 망막조직의 기능이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자연 노화된 쥐 모델의 망막조직에서도 노화세포가 선택적으로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유 교수는 "노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표적해 기능장애를 유도함으로써 노화세포가 선택적으로 제거됨을 실제 실험 쥐를 통해 확인했다"며 "이와 같은 접근법은 기존 노화치료제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노인성 질병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