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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뺀 의료계 파업 첫날… “반나절 손해 봐도 환자 안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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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 종사자 단체들이 3일 단체로 연차를 내고 시위에 참여하는 연가투쟁(부분파업)에 나섰지만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선 예약 없이 방문한 환자를 돌려보내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서울경기 병의원 10여 곳에 단축 근무를 포함한 휴진 여부를 물었지만, 휴업에 동참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은 “간호조무사의 연가투쟁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으로 준비했다”라며 “의료 대란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투쟁 강도를)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의 파업 결정이 하루 전인 2일 오후에야 통보된 데다, 의협에서 병원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서 각 병원에서는 사전 대비를 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 병원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진료가 이뤄졌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휴업을 하게 되면 자신의 환자를 다른 병원에 빼앗기는 위험 부담도 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작은 병원에선 휴업 문구를 내걸고 일부 환자를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들 병원은 오후 3시부터 휴진하고, 보건의료연대가 예고한 야외 집회로 향했다. 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실시하는 서울 여의도공원 집회를 포함해 전국 12개 지역에서 야외 집회를 진행한다.

오후 휴진을 예고한 서울 명동의 비뇨기과 병원 의사는 “의료법에 따라 각 직역에서 충실하게 협조하면 되는데, 간호법은 그런 협업을 무너뜨린다”라며 집회 참석 이유를 밝혔다. 이 의사는 “지금도 병원에 간호사가 부족한데, 간호법이 통과돼 지역 돌봄을 활성화하면 간호사들이 병원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야간 당직과 같은 힘든 병원 업무에서 간호사들만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의사 3명이 근무하는데, 간호사는 2명이다. 이 의사는 간호법을 ‘간호귀족법’이라고도 말했다. 서울 시내 가정의학과 병원 의사는 “휴업을 하면 환자를 빼앗겨 반나절 수익이 사라진다”며 “환자를 위한다면서 자기의 잇속만 챙기려는 간호사들에 대한 분노를 (수익 악화를 감내하면서) 표현하는 것으로 봐 달라”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연가투쟁에 참여하고, 의사 1명만 남아서 진료를 보는 곳도 있었다. 예약을 하고 온 환자들도 이를 지원하는 간호조무사 인력이 없으니 대기 시간이 길어져 불편을 겪었다. 서울 가정의학과를 찾은 한 환자는 “오늘은 주사 한 대를 맞으려고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마취통증과 의원의 한 의사는 “의사 한 명이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대부분 의사 1명과 간호조무사들이 함께 일한다”라며 “간호조무사 직원이 집회에 참여한다고 해서, 막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부분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파업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애를 태웠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환자는 “서울대병원은 절대 파업하면 안된다. 대학병원은 절대 안된다”라며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응급구조사는 “간호법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지만, 응급 환자를 눈앞에 두고 파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라며 “70대 고령의 응급환자를 태우고 왔는데, 병상이 없어서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박민수 제2차관 주재로 제4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한병원협회에 병원급 의료기관은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러스크재활병원을 방문했다. 간호조무사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요양 재활병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연대는 이날 1차 연가투쟁에 이어 11일 같은 방식으로 2차 투쟁에 나선다. 또 오는 16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오는 17일 총파업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부분파업과 달리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정책이 추진되면 전공의 파업 등 단체행동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17일 이후 파업 동참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