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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고단한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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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가파르바트 봉우리가 눈보라에 휩싸이는 밤에

비행 진로를 상실한 새들은

화살이 박히듯이 만년설 속으로 박혀서 죽는다.

눈먼 화살이 되어 눈 속에 꽂혀서 죽은 새들의 시체는

맹렬한 비행의 몸짓으로 얼어붙어 있다.

 

죽은 새들은 목을 길게 앞으로 빼고

두 다리를 뒤쪽으로 접고 있다.

눈 속으로 날아와 박힌 새들은 비행하던 포즈대로 죽는다.

낭가파르바트 북벽에 부딪히는 새들은 화살처럼

총알처럼 바람처럼 죽는다.

새들은 고속 돌진의 자세로 죽는다.

 

그것들의 시체 위에서

날개 달린 몸으로 태어난 그것들의 꿈은

유선형으로 얼어붙어 있고, 그 유선형의 주검은

죽어서도 기어코 날아가려는 목숨의 꿈을 단념하지 않은 채

 더 날 수 없는 날개를 흰 눈에 묻는다.

 

낭가파르바트를 동행없이

혼자서 오르는 과묵한 등반가들이

눈 속에 박힌 새의 시체를 눈물겨워하는 것은

그 유선형의 주검에서 자신의 운명을 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되 만년설에 묻힌 날개의 꿈은

그 떠도는 종족의 운명속에서 부활하는 것이어서

모든 새들은 마침내 살아서 돌아온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중에서 ********


그 유선형의 주검에서 자신의 운명을 읽기 때문일 것이다. "
새들의 주검은 삶 자체이고

인간의 주검은 삶이 아닌 것이라

주검의 무게가 다를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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