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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위협하는 공황장애…방아쇠는 ‘스트레스’ 발작 직전엔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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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젊은층의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한 것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침체로 취업이 힘들어졌고,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초조함으로 주식, 코인 시장에 극단적 투자를 했다가 좌절감을 경험한 사례가 늘어났다. 여기에 기성 세대와 비교해 젊은층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 적어 적극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는 “최근 몇년 새 공황장애 뿐만 아니라 우울증 자살시도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젊은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라며 “예기치 못한 사회 경제적 변화에 갓 성인이 된 젊은 층들이 스트레스를 크게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으로 드러난다. 공황발작은 겪은 환자들은 심한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거나, 어지럽고, 식은땀을 경험한다. 공황발작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불안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클 때 생긴다. 공황발작은 이런 두려움과 불안이 극대화됐을 때 나타난다. 교감신경계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되는데 이런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교감신경계가 무너지면서 몸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올까 무서워 버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 공황장애로 본다.

박 교수는 “공황장애는 유전적, 심리적, 사회적,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라며 “생물학적으로 공황장애 소인이 있더라도 행복한 환경에 있다면 질환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데, 소인이 없어도 생활이 힘들어지면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복합적이란 뜻이다.

지난 2019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공식학술지 실린 한국인 공황장애 환자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공황발작의 대표적 ‘원인’은 스트레스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12개 대학병원에 공황장애로 내원한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환자 814명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환자의 74.2%가 발작 직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종류별로는 업무상 과로(17.6%)가 가장 많았고 신체질환(9.7%), 가족 문제(9.6%), 경제적 문제(8.7%), 대인관계 (8.6%), 배우자나 이성 상대와의 갈등(8.0%), 학업(5.3%), 가족이나 지인과의 사별(3.1%) 순이었다. 남성들은 업무를 주로 꼽았고, 여성은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로 응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방아쇠는 100%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전체 대상자 중 210명(25.6%)이 첫 공황발작 직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남성 환자의 22.6%는 첫 공황발작을 경험하기 직전 술을 마셨다고 답했다. 수면 부족, 음주 등으로 신체 리듬이 깨진 것이 공황장애를 일으킨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신영철 정신의학과 교수도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자율신경이 조화를 잃으면 공황 상태에 빠지기 쉽다”라며 “수면 부족, 부적절한 식사, 과도한 카페인 섭취, 지나친 음주, 과로 등이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도 “술과 커피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공황장애 증상을 악화시킨다”라고 경고했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기전의 다이어트약도 ‘금지’ 대상으로 꼽혔다. 박 교수는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불안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이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기질’이라고 불리는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박 교수는 “불안에 더 민감한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다”라며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는 여성의 경우 우울증으로 동반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의 25%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치료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을 약을 복용하고, 증상 조절을 위한 상담 등으로 진행된다. 박 교수는 “발작이 익숙해지고,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으로 발작을 조절할 방법을 알게 되면 완치 판정을 받기도 한다”라며 “다만 10명 중 3명은 만성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정신의학과에서는 공황장애 환자들이 1년 정도 적극적어니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본다. 증상관리를 위해서 환자가 자신을 잘 파악하고, 처방된 약을 꾸준히 먹고, 증상 조절을 위해 진료 상담을 받는 식이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인지 행동 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따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시중에 있는 마음챙김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영상들에는 자기 스스로 감정을 관리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훈련법 등이 포함 돼 있다고 한다.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앱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지만, 임상을 통과하진 않았더라도 불안을 조절하는 앱들은 시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 교수는 “환자가 아니라도 살면서 스트레스나 불안이 올 수 있는데, 이런 생각 훈련이나 명상 등은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