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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대·폭력, 인격장애 일으킨다…국내 연구진, 뇌 촬영 PET로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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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인이 되면서 편집증이나 우울증, 반사회적 행동과 같은 인격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동물의 뇌를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오세종·최재용 박사팀은 생애 초기에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양상을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PET)’로 알아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최신연구’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과학계에선 아동기 등 생애 초기에 학대와 폭력, 따돌림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반복적이고 복합적으로 경험하면 성장하면서 ‘인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인격장애란 습관이나 성격 등이 사회적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을 뜻하는데, 편집증과 우울증, 약물중독, 반사회적 행동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과학계에선 이런 과정이 뇌에서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자세히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 연구진은 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새끼 쥐를 어미 쥐에서 분리하는 방법으로 인위적인 스트레스를 주기로 했다. 생후 2일부터 하루 4시간씩 12일간 어미 쥐에서 분리한 쥐들에게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하고 PET로 몸 속의 방사성의약품 흡수 변화를 찍었다.

그러자 흥분을 조절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정상 쥐와 비교할 때 암컷에선 흡수율이 19∼27%, 수컷에선 7∼12% 줄었다. 학습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흡수율도 암컷 11∼16%, 수컷 7∼15% 감소했다.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흡수율도 암컷 19∼28%, 수컷 7∼11% 떨어졌다.

연구진은 다른 그룹의 새끼 쥐에게선 암컷에서 분리시키는 것을 넘어 ‘보정 스트레스’, 즉 옴짤달싹하지 못하게 감금하는 스트레스까지 추가로 주는 실험도 했다. 그러자 신경전달물질의 흡수율은 암컷과 분리만 된 새끼 쥐들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특히 이번 실험에서는 암컷 쥐가 수컷 쥐에 비해 학습과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글루타메이트와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암컷 쥐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결과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생애 주기별 연구를 하고 다양한 표적 치료제에 대한 성별 효능도 평가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