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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글 잘 쓰는 챗GPT, 기자의 미래를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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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가 뉴스 생산에 본격 뛰어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오픈AI의 대화형 챗봇 ‘챗GPT’ 열풍을 지켜보다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 리포트나 논문이 아니라 기사를 쓰게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 지 갑자기 궁금해 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로봇 저널리즘’이 쟁점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AP를 비롯한 세계 유력 언론사들은 이미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하고 있다. 증권 시황이나 스포츠 결과 보도, 기업 실적 같은 기사들은 조금씩 자동화 알고리즘이 대체하는 추세다.

 

그런데 챗GPT는 이전에 나왔던 로봇 저널리즘과는 차원이 다르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마추어 바둑 기사와 프로 바둑 기사 정도 차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챗GPT가 언론계에 본격 적용된다면?

질문을 던진 뒤 기자들이 하고 있는 일을 곰곰 따져봤다. 생각보다 많이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널리즘 영역은 챗GPT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을까

기자들이 하루 종일 하는 일을 한번 따져보자. 대한민국의 기자들 중 상당수는 하루 종일 이런 일들을 하고 있을 것 같다.

1. 보도자료 처리

2. 기자 간담회 취재

3. 토론회/컨퍼런스 취재

4. 현안에 대한 분석/해설 기사 작성

5. 발생 사건 취재

6. 탐사 보도

맡고 있은 영역이나 매체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이런 범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GPT는 이런 일중 어떤 것들을 해낼 수 있을까? 기자 간담회나 컨퍼런스 발표 자료는 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시간 토론을 보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분석/해설 기사는 어떨까? 챗GPT를 몇 차례 사용해 본 경험에 따르면 과거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 능력은 꽤 놀라웠다. 방대한 자료를 습득하는 능력은 사람보다 한참 앞선다. (알파고가 바둑 최고 기사들은 가볍게 꺾은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GPT에게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순 사실보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능력으로 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챗GPT를 충실한 비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챗GPT 같은 대용량 언어 모델이 쉽게 대신하지 못하는 발로 뛰어다니는 보도(shoe-leather reporting) 능력도 지금보다 더 연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GPT 현상을 통해 ‘지혜의 저널리즘’ 담론을 떠올리면서 해 본 생각들이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 '기술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선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반박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챗GPT 같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자라고 해서 이런 변화에 대해 '나 홀로' 저항할 수는 없다. 임계점을 넘는 순간, 주변의 문법이 확 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