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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ce

우리가오르지 못할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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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 책은 장애의 역경을 딛고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의 교육부 차관으로 임명된 강영우 박사의 인생관과 교육 철학, 그리고 그의 두 아들 이야기를 함께 담은 자전 에세이입니다. 강영우 박사는 중학교 때 사고로 실명했지만 꿋꿋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여 세계적인 교육학자가 되었으며, 미국정부의 교육부 차관에 임명되어 미국 명사 인명사전 및 세계 명사 인명사전에도 그 이름이 오른 입지적 인물입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 해인 17세에 축구공에 맞아 망막 손실로 실명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그를 돌봐주던 누이까지 과로로 쓰러져 숨지게 됩니다. 이 같은 시련 앞에서 희망을 잃은 그는, 자살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나 어느 목사님의 도움을 받아 "갖지 못한 한 가지를 불평하기보다 가진 열 가지를 감사하자"고 마음을 고쳐 먹게 됩니다.

이러한 역경과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는, 맹학교를 거쳐 연세대 인문계열 전체 차석으로 졸업하게 되는데 그 해에 10년 동안 자신을 돌봐주던 숙명여대 영문과 출신의 석경숙 여사를 부인으로 맞이하게 됩니다. 그 후 대한민국 맹인최초로 전액 장학생의 자격으로 부인과 함께 미국유학을 떠나, 3년 6개월만에 피츠버그대학 교육학 석사, 심리학 석사, 교육철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되나,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듬해(77년) 인디애나주 교육국 특수교육부에 취직한 뒤, 2년이 지나 일리노이대 교수로 발탁되는 영예를 안게 됩니다. 이후 강박사는 인디애나 교육부 특수교육부장, 세계장애위원회 부위원장, 루스벨트재단 고문을 거쳐 백악관 장애인 정책보좌관을 이어 부시 행정부의 교육부 차관으로 임명되게 됩니다.

이 같은, 한편의 소설과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강영우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철학과 교육자로서의 가치관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선 "Long term life goal" 을 강조하는데 소위 아이비리그라는 명문대 진학률이 제일 높은 한국계 학생들이 최고의 성적으로 입학해서 낙제률도 제일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그것은 인생 장기목표의 부재로, 최고의 목적이 하버드 입학이었던 한국계 학생들은 하버드를 정복한 이후 사춘기에나 겪어야할 심각한 방황의 시기를 대학시절에 맞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단기적인 목표만 있고 궁긍적인 Long term life goal 이 없었던 탓입니다. 즉 비교대상, 경쟁 대상만 있고 성취의 목적이나 인생의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목표가 잡히지 않은 까닭이었습니다.

그리고 강박사는 "교육의 영역은 지력(知力) 체력(體力) 심력(心力)을 키우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은 지력분야 교육에만 치중하고 심력 향상 교육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성과 의지를 키워주는 심력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박사는 어릴 때 저능아로 판정을 받았던 에디슨, 아인슈타인,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지체장애인이 된 루스벨트 등의 삶을 소개하며 이들이 장애를 딛고 세기를 빛낸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이 바로 고난에 맞서 인내하는 힘, 목표와 이상을 향해 나가는 힘인 심력(心力) 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즉 단지 '머리가 좋고 지식이 많은 것' 이 뛰어난 인물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 세상을 보는 가치관, 목적의식 도전정신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대평가적이고, 경쟁지향적인 가치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남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는 경쟁관념은 승자와 패자를 갈리게 하는데 이렇게 비교하는 방식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교만해지기 쉽고, 못한 것 같다면 열등감과 시기심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과 사명이 달라, 모두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절대평가의 원리' 는 우리를 상대평가의 올가미에서 구해 줍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할 일을 성취하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것이죠. 저자는 자신이 맹인으로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절대적 기준의 존재를 믿고 부여받은 재능만큼은 모두 발휘하겠다는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상대적 경쟁만을 의식했다면 그는 어떠한 목표도 가질 수 없었을 것이고 감히 무언가에 도전할 마음을 품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두 아들을 키웠는데, 큰 아들은 하버드대 의대를 나와 현재 듀크대병원 안과 전공의이며, 둘째는 듀크대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상원의원 최연소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다고 합니다. 그가 아들들에게 사람마다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음을 얘기할 때는 이런 비유를 든다고 합니다.

"성경에는 주인에게서 각기 다른 달란트(돈)를 받은 세 종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각 다섯 달란트, 세 달란트, 한 달란트를 준 것처럼 우리 또한 그렇게 다른 재능을 타고 났다. 두 종은 자신이 받은 만큼 성실하게 더 벌어내었으니 최선을 다한 것이고 자신이 타고난 정도를 이루어 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종은 한 달란트를 우습게 생각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한 달란트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련만 그는 다른 종의 것과 자신이 가진 것을 비교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오자가 된 것이다.

강박사의 아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밤마다 맹인인 아버지가 어둠 속에서 책을 읽어줬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버지가 눈을 떠서 야구도 같이 하고 자전거도 같이 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는 걸 보고 강박사가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어둠 속에서도 점자책을 볼 수 있고 더욱 발달된 기억력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지 않느냐"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 아직껏 나는 아버지가 맹인이라고 실감해 본 적이 없다. 아버지의 실명으로 내가 잃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어둠 속에서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나는 쉽게 잠들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방안에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이나 옷들이 방해할 수 없는 어둠의 세계로 나를 데리고 가 그 어둠 속에서 아버지와 나와 내 상상은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육안이 없이도 볼 수 있는 세계를 보여주신 맹인 아버지를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두 눈을 뜬 내가 두 눈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안내자가 아니라 맹인인 아버지가 정안자인 내 인생을 안내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헬렌캘러가 농인과 맹인 둘 중 누가 더 불행한지를 묻는 질문에 "내 생각에는 눈이 있어도 앞날에 대한 꿈이 없는 정안인이 가장 불행한 것 같습니다." 고 답했다고 하는데, 혹시 우리가 그녀의 말처럼 눈이 있어도 미래의 '비전'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꿈이 확고한 사람은 지치지 않으며, 구체적 목표와 과정이 서 있는 사람은 쉽게 다른 길로 빠지지 않습니다. 보통 우리는 '무엇이 되는 것' 을 목적으로 하지만, 마음의 힘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살기위해 무엇을 하겠다' 는 장기적인 비전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오늘 하루종일 블로그를 돌면서.

마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느끼게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