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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누굴 위해 통 큰 투자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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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첫날. 넷플릭스 소식이 미디어를 도배했다. 이 회사가 한국 콘텐츠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열광했다. 넷플릭스의 투자 약속이 한류 열풍 확산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킹덤' '오징어게임' '지옥' '피지컬: 100' '더글로리' 등 세계 시장에서 흥행한 우리의 콘텐츠 대부분이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됐기 때문이다. 

# 하지만 한쪽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OTT 산업은 이미 넷플릭스 천하인데,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어쩌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한국 OTT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경쟁 OTT 서비스는 수년간 적자만 켜켜이 쌓고 있는데, 넷플릭스는 쏠쏠한 실적을 거뒀다. 

# 이렇게 한국 콘텐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넷플릭스가 정작 한국 시장에 기여하는 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벌어들인 돈의 80% 이상을 미국 본사로 보냈다. 직접 투자한 상당수 한국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도 넷플릭스가 보유했다. 앞으로 진행될 막대한 투자 역시 넷플릭스의 실적과 플랫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쓰일 공산이 크다. 

# 따지고 보면 넷플릭스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 시장에 깃발을 꽂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도 벌어가는 돈만큼 기여하는 부분은 턱없이 부족하다. 

# 더스쿠프가 '視리즈 글로벌 빅테크의 민낯'을 통해 그들의 속내와 전략, 그 속에 숨은 탐욕을 들여다봤다. 여기엔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가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인가'란 의문도 담겨 있다. 첫번째 이야기,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에 숨은 비밀을 들여다보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땅을 밟았다. 국내 주요 기업인 122명과 함께였다. 윤 대통령으로선 지난 1분기 역성장을 겨우 면한 경제성장률(0.3%)을 끌어올릴 해법이 절실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온 그가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린 이유였다. 미국과 대규모 투자 계약을 맺으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방미 첫 스케줄로 미국 기업인을 만났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였다. 이날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투자한 전체 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윤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넷플릭스 투자의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투자 유치로 6만8000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갑을 열어젖힐 기업이 넷플릭스란 점도 의미가 남달랐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결정적인 변곡점을 제공했다. 이 플랫폼은 전세계 2억3000명이 넘는 시청자의 안방에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선보였다.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ㆍ남우주연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올랐던 덴 넷플릭스의 공이 컸다. 

넷플릭스는 황동혁 감독이 10년간 구상했던 오징어게임에 과감히 투자했다. 넷플릭스 독점작으로 190여 개국에서 동시 개봉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가 약속한 25억 달러 투자는 '제2, 제3의 오징어게임'의 발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넷플릭스 투자의 함의 =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넷플릭스의 '통 큰 투자'엔 또다른 노림수가 있어서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유통할 뿐만 아니라 국내 OTT 산업도 과점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주요 OTT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순위는 넷플릭스(1258 만명), 티빙(515만명), 쿠팡플레이(439만명), 웨이브(401만명), 디즈니플러스(216만명), 왓챠(81만명)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