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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공중 섬', 초전도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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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저항 '0'인 상온 초전도체 연구 활발"에너지 효율 극대화, 미래 기술 혁신 토대"

 

여러 가지 과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기본 이야기 전개를 이해하려면 초전도체에 관한 공부가 필수다. 시대는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는 우라늄 등 이용 가능한 에너지 자원을 다 써버린 먼 미래다. 인류는 상온 초전도 성질을 가진 매우 귀하고 값비싼 자원 ‘언옵테늄’을 캐러 외계 행성 판도라를 침략한다. 영화 속 공중 부양 ‘섬’들이 바로 언옵테늄의 실체다. 초전도의 주요 성질 중 하나인 마이스너 현상 때문에 다른 물체를 밀어내 공중에 떠 있다. 언옵테늄은 SF 영화·소설 등에서 자주 나오는 ‘구할 수 없는 자원’이란 뜻의 신조어다. 그만큼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상온(또는 고온) 초전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핵융합 기술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청정·무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상온 초전도 기술은 자원이 가진 에너지를 100% 이상 활용해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미래 기술들을 상용화할 수 있는 토대다.

 

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말을 택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자 세계를 파악하는 것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예지가 담겨 있는 말이다. 대표적인 원자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상온초전도체 기술이다. 기존에도 초전도체 기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액체 헬륨·질소 등을 이용해 최소 영하 100도 이하로 낮춰야 해 엄청난 장비와 비용이 든다. 

 

세상의 물질은 전기가 잘 흐르는 전도체, 안 흐르는 부도체(절연체)로 나눌 수 있다. 오락가락하는 실리콘과 같은 반도체도 있다. 절연체에 불순물을 섞거나 전기장을 가해주면 전기가 통한다. 이에 비해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아예 없다. 전송 과정에서의 손실이 없고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자기장을 밀어내는 현상(마이스너 옥센펠트·Meissner Ochsenfeld)도 보인다. 자기장이 물체 내부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표면에 반대 방향의 자기장이 형성돼 서로 밀어내는 것으로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다. 

 

현재 개발된 양자컴퓨터들이 건물 하나 크기인 게 대표적 사례다. 양자가 자유롭게 오가게 하려면 초전도 현상을 이용해야 하는데, 온도를 임계치(절대온도 4.2K)까지 낮추기 위해 액체헬륨·질소를 이용한 거대 냉각 장치 외에도 진공·무중력 장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물체, 즉 고온초전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 속의 ‘언옵테늄’을 지구상에서 재현할 수 있다. 전기 생산·저장·전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손바닥만한’ 양자컴퓨터, 초저전력 반도체, 영화 ‘스타트렉’ 속 날씬하고 빠른 우주선, 돈·자원이 많이 들어 지지부진한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 등이 실제 이뤄질 수 있다. 전력 손실이 전혀 없는 송배전·저장 장치(배터리)가 나온다. 풍력·조력·원자력 등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최소화한 초소형 발전기를 통해 어마어마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병원의 자기공명촬영장치(MRI)도 아주 저렴해진다.

 

2021년 ‘이달의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된 한승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초전도자석을 초소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발전기 등에 사용되는 초전도자석이 높은 용량에서 타버리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절연체를 없앤 ‘무절연 고온초전도 자석’을 만들었다. 기존 초전도자석의 크기를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었다. 현재 정부는 이같은 기술을 고도화ㆍ상용화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5년간 464억원을 들여 고온초전도자석 연구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 교수는 "전자들이 충돌해 열을 내기 전에 비어 있는 옆길로 넘어가게 하는 개념이 무절연 기술"이라며 "현재 국제핵융합발전소(ITER) 건설에 사용되는 초전도 자석이 20m가 넘는데, 이를 3~4m 내로 줄일 수 있다. 바이오, 메디컬, 국방, 도심형모빌리티 등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