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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nce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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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온다

할말이 있는 듯 귓가에 내려 앉는다

주위를 살피며 소곤소곤 비밀을 얘기한다

손가락 하나가 귀를 후벼 파자

몸을 부르르 떨며 시큰둥한 얼굴로

나뭇가지위로 삐죽거리며 날아간다

 

비가 내린다

바쳐 든 우산아래로 숨어든다

갈 곳이 있다며 옷깃을 잡아 당긴다

아슬아슬하게 발걸음을 피하며

빗방울을 제멋대로 내려 놓는다

그러다 커다란 양동이에 빠진다

 

햇살이 고개를 내민다

깨알 같은 틈이 하나 보이자

끙끙대며 소리를 쳐댄다

보고 싶다 그립다 슬프다

앵앵대는 소리에 하늘을 쳐다본다

햇살 한줄기 벽을 타고 내린다

 

하늘이 푸르다

눈을 감았다

파란물감 하나 찍어 놓는다

길 잃은 하얀 솜털 조각 덤이다

태양을 그릴 물감은 잃어버렸다

회색이불 덮은 하늘은 잠꾸러기